도르와 함께한 인생여행
시간을 소재로 한 책. 타임키퍼. 이 책의 원제목이다. 시간을 관리하는 자. 이 책을 읽으면서 두가지 이야기가 생각났다. 하나는 어린왕자. 어린왕자가 여러 별을 돌아다니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는데 그중의 하나가 별이 너무 작아서 가로등을 끄고 나면 또 켜야 하고 켜면 또 꺼야 하는 별의 가로등 관리 아저씨 이야기와 다른 하나는 이상한 나라의 폴이라는 만화영화였다. 니나를 구하기 위해서 대마왕과 싸워야 하는 폴. 그 이상한 나라로 가기 위해서는 시간을 멈춰야만 한다. 사랑하는 엘리가 죽었을때 시간을 멈추기 원했던 도르처럼. 폴은 대마왕과 싸우고 매번 다음을 기약하며 원래의 세계로 돌아와 멈춰진 시간을 다시 원래대로 복구시켜 놓을 수 있었지만 도르는 시간을 멈추고자 한 죄로 혼자만 시간이 흐르지 않는 벌을 받아야만 했고 6,000년이 흐른후 시간을 조절할수 있는 시계를 받게 된다. 그 시계를 이용해 그는 너무나도 많이 바뀌어 버린 세상에 적응 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
이 책에서는 두 세계가 공존한다. 도르와 엘리와 님이 살던 오래전 그 세계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 이 세상에서는 한창 멋을 부릴 나이의 세라와 곧 죽음을 앞두고 있는 빅토르가 있다. 도르는 어려서부터 시간에 관심이 있었고 이 시간이라는 것을 측정하기 위해서 기구들을 만들고 계산하고 그런 것에 흥미를 느꼈고 다른 어떤 것도 할수가 없었다. 그런 그를 엘리는 좋아했고 그들은 결혼을 한다. 그런 반면 님은 남자답고 자신이 무엇인가 해보려는 생각을 가졌고 결국 그는 왕이 되어 신에게 대항하려는 탑을 쌓게 된다. 도르와 엘리와 님. 이들에게 시간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 것이었을까. 도르는 그렇게도 시간을 측정해 보려 했지만 결국 죽음이라는 시간 앞에서 엘리를 보내고 자신의 운명을 거스르기 위해 님이 만들어 놓은 탑으로 달려가게 된다.
시간에 관한 속담이나 말들은 정말 많다. 시간은 선물이다. 누구에게 똑같이 주어진 돈이다. 등등. 누구나 한번쯤은 시간에 관한 명언들을 들어 보았을 것이라 생각되어 진다. 과연 사람들은 왜 그런 말들을 만들었을까. 그것은 아마도 오래전부터 시간의 소중함을 깨달았기 떄문이 아니었을까. 시간이 무한하지만 인간은 유한하다는 것.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이라는 시간이 언젠가는 끝이 있다는 것. 그것을 알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불교에서는 윤회를 주장하기도 하고 전생을 믿는 사람도 있고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그렇지만 일단 자신이 태어난 이상 그 인생은 끝이 있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일분 일초까지도 다투어 가면서 바쁘게 사는 것이 아닐까.
미치 앨봄의 소설은 분명 이야기이고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지만 그런 이야기를 통해서 무언가 생각하게 해준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독자들의 생각을 공감하게 만든다. 또한 읽으면서 반성하게 만든다. 그러한 힘이 있는 작가이다. 그러면서도 직접적으로 드러내놓고 너는 왜 이렇게 못하니가 아니라 약간은 회유하듯이 돌려서 어르고 달래는 힘이 상당하다. 이 책을 끝까지 읽는다면 아마 이미 알고 있었던 시간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뿐 아니라 시간이라는 것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수 있는 철학의 시간이 될수도 있겠다. 인문학이 어렵다고 하지만 이 책은 소설 그 이상 인문서적으로 분류해도 마땅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볼수 있는 그런 이야기. 오랜만이다. 도르와 함께 한 인생여행. 혼자라고 생각되어지는 인생. 그 길에 도르와 함께 한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덜 힘들고 위로를 받을수 있지 않을까. 나는 지금 도르와 함께 인생 여행을 하고 있다.
내 인생의 화양연화
예전 영화중에 '화양연화'라는 제목을 가진 영화가 있었다. 멋도 모르고 그냥 멍하니 봤었는데 다시 보니 새롭게 느껴지는 작품으로 남아 있다. 처음 봤을때는 이해도 못 했고 무슨 내용인지 파악도 못하다가 두번 보니까 조금 알겠더라. 사실 볼려고 맘 먹고 본 영화가 아니라 그냥 텔레비젼에서 해주던 영화를 본거라 얼결에 괜찮은 작품을 봤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영화와 같은 제목의 이 책을 만났다. 생의 가장 절정기.. 그때가 언제이냐고 물어본다면 바로 오늘. 그 날이 가장 아름다운 꽃봉오리. 화양연화라고 주장하는 작가의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서 들여다 볼수 있겠다.
일반적인 에세이에 비해서 이 책은 풍경이나 영화나 책 또는 시를 보고 나서 저자의 느낌을 에세이적으로 표현해 두었다. 북소리를 들어라, 내생의 하이라이트는 지금 이순간, 그리워하는 순간 꽃은 피어나고,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하는 법, 내인생의 화사한 꽃다발, 미소를 짓는 시간 이라는 타이틀로 각 챕터를 나누고 있지만 사실 그런 구분이 별 의미 없을 정도로 다 비슷한 이야기들이 평범하게 그러면서도 조용하게 또한 의미 있는 뒷 이야기를 남기며 그려지고 있다.
보통 20대나 30대를 겨냥한 책이 많이들 나왔었고 그들을 향해서 어떻게 살아라고 충고하는 책들이 많이 나왔었다. 그런 책들의 나이대가 요즘은 한 마흔 정도로 옮겨 간 것 같다. 마흔을 주제로 한 이야기들도 많이 나오고 물론 자기계발서들도 꾸준히 나오는 듯 하다. 이 책의 저자인 송정림 작가는 자신이 마흔이 되던 때 부터 마음에 주는 선물처럼 한편식 써내려 간 것이 이 책이라고 했다. 사람이 80살까지 산다고 가정했을때 딱 절반인 시점인 마흔. 아직도 반이나 남았다라고 안도를 해야 할까 벌써 반이나 살았다고 불안 해야 할까. 어떻게 남은 인생을 보던 그건 사람마음이겠지만 보다 긍정적으로 보고 싶은 것은 사실이다.
'매디슨카운티의 다리'나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같은 내가 읽었던 책이 나오면 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읽었나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도 되지만 막심고리키의 소설 '어느 가을날' 같이 읽지 않은 책들이 더 많아서 그 책들을 나중에 읽어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영화 또한 많이 보지 못해서 어르신들의 사랑이야기를 그렸던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보고 쓴 글이 나왔을땐 반가왔으며 하조대나 강화도 그리고 해운대 같은 풍경이 나왔을때는 나도 다 가본 곳이라 어떤 장소를 의미하는지 알거 같아서 공감가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었다.
가장 아름다운 날을 그린 날이라는 제목답게 서정적인 그림도 한몫을 하고 있다. 수채화풍의 밝은, 그러면서도 어느 정도는 채도가 있는 그림들이 이쁘긴 했으나 영화가 나올땐 포스터나, 책이 나올땐 책표지나 아니면 풍경이 나올땐 그곳에서 직접 찍은 사진이라도 한컷정도는 들어가 있으면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만약 사진들이 들어가 있다면 서정적이고 순수한 책 이미지에 조금은 현실성이 들어가 버려서 읽는 사람의 감성을 방해하려나. 책표지의 파스텔톤 색처럼 이 영화 저 책 그리고 음악들을 넘나들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가을이 지나기 전에 마리아 칼라스의 아리아를 다시 들어보고 싶다. 힘든 삶을 살았던 그녀. 그렇지만 목소리 만큼은 정말 아름다웠던 그녀의 목소리를 담은 음반이 있었는데 다시 한번 찾아서 절규하듯 부르는 아리아를 듣는다면 저물어 가는 이 가을에 절묘한 선택이 아닐까 싶다.
파과
파과... 보통 맛이 간 과일을 그렇게 부르기도 한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복숭아. 그것도 아주 기쁜 마음으로 사왔지만 냉장고에서 그 정체를 알수 없게 변해버린 복숭아... 그것과 자신의 존재를 비유하기도 하는 그런 단어로도 쓰이는 것 같기도 하다.
처음부터 나오는 조각이라는 주인공의 이름도 특이하고 그녀의 뒤를 봐주었던 류와 그의 아내. 그리고 함께 일을 하면서 나중에 그들의 관계가 드러나는 투우. 이름들이 굉장히 특색이 있다. 이것 또한 아마도 자국어로 쓰인 책을 읽는 매력이 아닐까 싶다. 번역서를 읽었을때 가장 헷갈리는 것이 이름들인데 일본책 같은 경우는 이름과 성을 번갈아서 쓰기 때문에 같은 사람인가 헷갈리는 경우가 있고 최근에 강세를 보이고 있는 스릴러 미스터리의 경우는 유럽쪽에서 책들이 많이 나오는대 흔한 이름인 경우가 많기도 하다.
이 책의 장르는 뭐라고 해야 할까 개인적으로는 심리 스릴러쯤으로 해두고 싶다. 무언가 액션이 많이 나오면서도 사람들간의 미묘한 심리전들. 그것이 배경이 되어서 기축으로 해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사람의 마음을 세세하게 읽는 것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나오게 되는 주인공의 직업. 방역. 보통 방역이라는 단어는 해충들을 박멸할때 쓰이는 단어이며 쉽게 소독이라는 단어로 많이 쓰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의 방역은 조금 특별하다. 실제로 그 단어가 쓰이는 지는 모르겠지만 이 세상에서 해충같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없애주는 역활을 하는 것이 주인공 조각의 일인 것이다. 쉽게 말하면 심부름센터 또는 흥신소라고나 할까. 그렇지만 또 그것과는 차별화가 있는 것이 마우 일이나 맡아서 해주는 것이 아니라 딱 한분야 방역작업에만 전문화 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 분야에 전문가들을 고용해서 일을 하고 의뢰인이 조금은 일반적인 사람이 아니라 이름만 대면 알수 있는 윗분들이 좀 많다는 것. 한분야에서만 주욱 일해온 조각 그녀의 나이는 이미 이런 일을 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이 들어버렸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일을 그만두지 못하고 평생을 하고 온 일이라 손에서 놓지를 못한다.
냉정하다면 냉정하게 그렇게 누구와도 관계를 만들지 않고 자신이 아빠처럼 연인처럼 생각했던 류의 마지막 말처럼 의지할 사람을 만들지 말라는 그 말대로 그렇게 혼자서 살아온 그녀인데 어느날 자신을 구원해준 의사에게 관심이 가고 그의 가족에 대해서 궁금해지고 자신도 알지 못하는 정이 들게 된다. 그것을 느낀 사람이 있었으니 그것은 오래전부터 그녀를 쫓아왔던 그 투우. 아들뻘 되는 그와 어머니뻘 되는 그녀 사이에는 어떠한 이해관계가 얽힌 것일까. 그리고 사사건건 시비를 붙는 그들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지 않지만 서로간의 유기적인 관계로 인해서 책을 읽는 것이 지루하지 않다. 그리고 주인공의 특이한 직업으로 인해 실제로 존재하던 존재하지 않던 그로 인한 재미도 있다. 한편의 영화로 만들어도 충분할 작품이긴 하나 주인공의 나이가 많은 것이 단점이긴 하겠다. 이 작가. 유명한 이유를 이제야 알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