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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완벽한 캘리포니아의 하루, 하루 100엔 보관가게, 문신 살인사건

by 대빵부자 2023. 10. 23.

완벽한 캘리포니아의 하루

주로 장르소설만 보는 내게 이런 작가의 글들은 낯설다. 무언가 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을 저지르는 가해자가 등장을 하고 그리고 피해자가 등장을 하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주인공이 등장을 해서 일련의 사권들을 다시 보고 증거들을 모으고 주위 사람들을 탐문하고 그럼으로 인해서 범인에 좀더 가까워지고 그런 과정에서 자신이 생각했던 용의자가 실제로 사건을 저지른 범인이 아닐때의 놀라움을 겪으면서 다시 한번 놀라고 그쯤 되서 작가가 숨겨 놓은 반전에 한번 더 놀라면 이야기는 어느덧 마무리 되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일반적인 이야기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더군다나 아주 짧은 단편들로 이루어진 경우는 더하다고 볼수 있다. 이야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마무리 되어지는 그런 형상이랄까. 딱 두 장 말하면 한페이지로 구성된 이야기들의 경우는 더하다. 그 짧은 이야기속에서 무엇을 느낄수 있을까. 소설이라는 장르가 아닌 에세이라면 또 다르겠다.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글이니 그 정도 짧은 것도 충분히 이해할수 있다. 실제로 내가 나의 일상이나 생각을 적는다해도 짧을 때가 많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야기가 짧고 단편이면서 특정한 장르가 아닌 소설들은 더욱 주의해서 읽게 되고 유심히 읽게 되고 한줄한줄 정성들여서 읽게 되고 과연 작가가 이 짧은 글을 통해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를 곰곰히 생각해 보는 편이다. 줄거리가 있는 소설들에 비해서 두께는 얇지만 오히려 읽는데 더 시간이 많이 걸리는 소설들이다.

 

읽으면서 가디언에서 이 책에 관해서 한 말에 절대적으로 공감을 했다. "구체적이면서도 신비롭고 산문으로 쓰였지만 시적이며 옛날 이야기가 같으면서도 더없이 현대적인 단편들". 어떻게 이렇게 딱 안성맞춤인 문구가 있을까 생각할 정도로 내가 생각하는 바를 그대로 나열해 놓았다. 가디언의 이책에 대한 평가가 이리도 고맙게 느껴질 줄이야. 분명 이 책은 아주 구체적으로 배경을 설명하고 있고 형용사들을 써서 자세하게 설명을 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미스테리하다. 이해가 갈듯 하면서도 뒤돌아서면 또 무슨 소리였지 하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든다. 산문임에도 불구하고, 분명 긴 글임에도 불구하고 시적인 묘사가 그 속에 숨어있다. 짧게 끊어지지 않는 문장들은 내가 약간은 긴 시를 읽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오래전에 쓰여진 이야기답게 옛날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요즘의 태세와 닮은 점도 분명 있다. 신기하고도 재미난 이야기들이다.

 

'미국의 송어낚시'라는 책으로 유명한 저자의 약력을 보면서 나는 전혀 다른 책을 생각하고 말아버렸다. [사막에서 연어낚시]라는 책이었다. 이미 영화화도 되었던 작품. 아마도 송어와 연어라는 물고기 이름이 들어가는 제목 때문에 그러한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은 후 20세기의 걸작이라고 불린다는 그 송어이야기를 또 읽어봐야겠다. 이 책이 나중의 후손들에게는 또 고전으로 남아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 책을 읽을때는 반드시 이 책을 다시 읽어야 할 것이다. 그 책에 어떤 이유로 빠져 있는 챕터가 이 책에는 실려 있기 때문이다. '램브란트 하천'과 '카르사지 싱크'라는 제목의 두챕터는 지금 여기서 읽고 있지만 반드시 그 책을 읽고 난 이후에 다시 읽어봐야 할 챕터임에는 틀림없다. 스물여섯살에 쓴 원래의 책과 서른 네살에 쓴 이 두 챕터의 이미지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를 해 볼수도 있을 것이다. 작가는 어떤 이유로 그 두 챕터를 잊어 버렸고 다시 이 책에서 첨부를 한 것일까. 자신도 왜 그렇게 했는지 불가사의라고 할만큼 많은 의문점이 남는, 그래서 더욱 궁금한' 미국의 송어낚시'일지도 모르겠다.

 

하루 100엔 보관가게

기리시마 군 아니 기리시마씨라고 해야 할까요. 당신이 보관하는 보관가게를 아직 한번도 가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한번쯤 찾아가고 싶게 만드는 이야기가 가득한 곳이더군요. '무지개곶의 찻집'이나 또는 '나미야 잡화점'처럼 말이에요. 당신의 보관가게의 이야기는 잘 읽었습니다. 때로는 가게의 포렴이, 때로는 가게의 진열장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마음속에 속속 들어와 박히더군요. 당신은 몰랐겠지만 당신의 가게에 있는 살아 있지 않은 것들은 모두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답니다. 주인이 무엇을 하는지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듣고 보죠. 그럼으로 인해서 당신에게 경고를 해줄때도 있고 당신에게 위안을 주거나 칭찬을 할때도 있는데 역시 당신은 몰랐겠죠.

 

눈이 안 보인다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오랜시간 같은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적어도 17년동안 말이죠. 그동안 젊었던 당신은 시간이 지나가면서 약간은 주름이 생겼을 수도 있겠고 검은 머리도 조금은 희어갔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겉으로는 아무런 변화 없이 그곳을 꾸준히 지키고 있었네요. 17년이 지난 꼬마가 어른이 되어 그곳을 찾았을때도 당신은 그곳에 그렇게 있었으니 말입니다. 시간이 지나도 그렇게 있을 수 있는 가게가 몇이나 될까요. 요즘처럼 부침이 심할때는 일년사이에도 가게들이 그 자리를 바꾸는데 말이죠. 그만큼 가게를 들러주는 사람이 많았다는 뜻도 되겠네요.

 

당신, 아직도 그곳에 있나요. 사토라는 하얀 포렴을 휘날리면서 말이죠. 지금도 그곳에 있다면 왠지 하얀 백발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옆에는 이쁜 할머니가 같이 앉아서 도란 도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의 하얀 솜뭉텡이 "사장님"도 계시면 좋겠는데 나이가 들어 그건 어려울 것 같고 대신 사징님의 자식이라도 같이 있지 않을까요? 사장님이 하얀색이었으니 아마 그 새끼도 하얀색으로 해서 한마리 보다는 두서너마리가 함께 한다면 좋겠네요. 비록 사고를 치긴 했어도 사장님덕분에 당신은 첫눈에 사모하던 비누아가씨와 다시 만날 수 있었으니 그 잘못은 벌써 용서가 되었겠죠?

 

저는 총 5개의 이야기를 읽었네요. 포렴과 진열장이 들려주는 이야기 외에도 당신집에 왔다 갔다 하던 자전거의 이야기와 오랜만에 들렀던 리피터의 이야기와 사장님이 들려주는 당신의 이야기까지 말이죠. 당신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들른 리피터의 이야기는 시간상으로 본다면 사장님의 이야기 뒤에 들어가야지 맞는 듯 하지만(어린왕자 책 이야기가 나오니 말입니다) 그래도 당신이 사랑했던 비누 아가씨 이야기가 가장 마지막에 오는게 시간상을 떠나 맞는 순서라고 생각하네요. 그래야만 당신과 비누아가씨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으니 말입니다. 안타깝게도 비누아가씨가 다시 찾아온 이야기에서 사장님은 이야기를 끝내 버렸어요. 사장님이 나이가 들어서 눈이 보이지 않게 된 어느날 찾아 온 비누아가씨. 그만큼 시간이 지났으니 당신의 나이도 꽤 흘렀겠죠.

 

당신과 비누아가씨는 어떻게 되었나요. 사장님이 바라던 대로 그렇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나요.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지금 당신의 옆에 그 이쁜 할머니가 비누아가씨였음 좋겠다는 생각이군요. 당신에게 점자책을 만들어 주시던 그 아이자와 아줌마는 여전하신가요? 처음에는 서툴러서 엉뚱한 글자를 만들어 책을 읽을때 쿡쿡 웃게 만들던 그 아줌마. 그 아줌마가 계셔서 그래도 당신이 꾸준히 책을 읽을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물론 그 아주머니도 사연이 있어서 당신의 곁에 계속 머물러 있었던 것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보관가게의 진열장에는 여전히 오르골과 어린왕자가 함께 놓였나요? 그곳에 간다면 그 오르골을 꼭 한번 열어보고 싶습니다. 당신의 허락이 있어야지마 가능할테지만 보관기간은 50년이라고 했으니 아직까지는 보관하고 계시겠지요. 슈만의 트로이메라이가 나오는 오르골. 음반으로 들어도 그 오르골의 소리가 나지 않아 결국은 오르골로 다시 듣곤 한다는 그 오르골의 소리를 들어 보고 싶네요. 물론 아쉽겠지요. 금방 끝나버리는 오르골의 소리가 말입니다. 그렇지만 그 아쉬운 만큼 듣는 것이 매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곳에서 포렴도 한번 만져보고 진열장도 한번 쓰다듬어 보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보고 싶네요. 당신의 주위에 있는 물건들은 또 어떤 모습으로 나를 기억해줄까요. 기리시마씨 부디 건강하셔서 오래오래 그 보관가게를 운영해 주십시오. 제가 그곳을 찾아갈때까지 말입니다. 그럼 당신의 가게를 찾아가는 날 저를 알아보길 바라며 안녕히.

 

문신 살인사건

문신. 타투.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금지로 하고 있는 법이긴 한다. 작은 문신은 상관없겠으나 큰 문신은 군면제가 될만큼 위험한 행동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신의 인구는 점점 늘고 있으니 언젠가 밝은 빛을 볼 날도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문신에 대한 생각을 말하자면 일단 아픈 걸 싫어해서 노다. 누가 나한테 돈 주고 하라고 해도 노다. 어느 하나에 싫증 안 내고 꾸준히 하는 걸 보면 문신 같은 것도 바꿀수 없는 것이니까, 늘 제자리에 있는 것이니까, 성격상 맞아하면서 추천하는 사람이 있을지 몰라도 아픈것이 싫어서 누구나 다 하고 하면 몇배로 이뻐보인다는 귀피어싱도 안 한 나다. 딱 두번의 아픔도 못 참는 내가 수천번의 아픔을 참아내기 전에 기절할지도 모른다. 참을성 하나는 끝내준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신을 하는 사람이 즐겨 있다는 것은 그 또한 중독이나 마찬가지일듯 하다. 안 한 사람은 있어도 한번 한 사람은 없다는 것일까. 가끔 연예인들의 손목이나 발목에서 작게 보이는 별같은 문신은 귀여워 보일때는 있다. 하지만 그것은 또 영구적으로 새겨야만 하는 못마땅한 문제가 생겨서 그렇지만.

 

이책은 문신의 표본을 진열한 도쿄대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실제로 도쿄대 의학부를 가보지 못해서 문신들의 진열이 그대로 있는지는 모르겠다. 이 책은 오래전에 쓰여진 것이고 그때 당시는 실제로 있었다고 해도 오랜시간이 지난 지금은 바뀌었을 가능서이 많기 때문이다. 문신을 한 사람이 죽으면 그 문신을 그대로 벗겨서 보관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끔찍한 일이지만 문신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하나의 작품으로 생각했고 그 작품이 없어지는 것을 안타까워한 사람이 적극적으로 수집을 했다면 약간은 그 끔찍함이 덜어질 수 있을까. 아직까지 실제로 뛰어난 작품을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본문에 등장하는 것처럼 몸전체를 다 휘감을 멋진 작품이라면 누구라도 한번쯤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 작품의 불연속성에 대해서 말이다.

 

문신사인 아버이즈를 둔 삼남매가 있다. 큰오빠는 문신사로써의 길로 접어들었지만 전쟁통에 동남아 어디로 나가서 생사도 모르고 쌍둥이인 자매 중 한명 또한 그러하다. 그리고 나머지 한명인 기누에는 드러나지 않은, 그러나 인기기 많은 요정의 주인이면서 돈 많은 남자의 첩으로 생활하고 있다. 전쟁이라는 배경이 주는 의미는 어마어마하다. 일단 기본적으로 등장인물들이 언제 나올지 모른다는 것이다. 분명 등장한다고 했던 인물인데 등장하지 않는다. 전쟁 때문에 어디있는지 모른다고 했다가 나중에 가까스로 살아남았다는 말이 성립된다. 이 또한 그러하다. 분명 다들 죽었다고 했는데 나중에 등장을 하게 된다. 역시 같은 이유이다. 그러므로 전쟁을 배경으로 한 작품에서는 어떤 누구가죽었다고 해도 문자 그대로 믿지 말고 의심을 계속 하고 있어야 한다. 모든 추리소설이 의심을 바탕으로 범인을 찾아내는 작업이긴 하지만 말이다.

 

문신사 아버지 덕에 삼남매는 각기 다른 문신을 가지고 있다. 뱀과 개구리와 민달팽이. 이렇게 말하면 그게 뭘까 뭔가 대단한 것도 아니다 싶지만 오로치마루, 쓰나데히메, 지라이야라고 한다면 무언가 대단해 보인다. 실제로도 큰 사이즈의 이 문신들은 온몸을 휘감을 정도로 크다. 특히 쓰나데히메 문신은 팔목까지 내려오기 때문에 누구라도 문신을 새겼다는 것을 인식할 정도니까 아무나 할 수 있는 문신은 아님에 분명하다. 그중 오로치마루 문신을 가지고 있는 기누에는 문신대회에서 일등을 할 정도로 대단한 문신을 가지고 있는 여자다. 그런 그녀가 목욕탕에서 돌아온 후 시체로 발견된다.

 

문신대회에서 만나게 된 마쓰시타. 그는 경시청에 다니는 형사과장을 형으로 두고 있다. 그런 그가 그녀와 약속을 하고 아침 일찍 그녀의 집을 찾는다. 정작 그녀는 보이지 않고 물소리에 이끌려 욕실로 향하지만 문은 잠겨져 있고 문틈으로 보이는 것은 잘린 팔뿐. 경찰에 신고하고 형사과장인 형이 도착을 하고 열어 본 욕실에는 기누에의 머리와 두팔 그리고 다리뿐 몸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굉장한 문신이 새겨져 있던 그 몸통. 과연 범인은 누구이며 그는 아무도 들어올수도 나갈수도 없는 이 곳에서 어떻게 저 무거운 몸통을 들고 빠져나간 것일까.

 

이 한가지 사건으만으로도 독자들은 범인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을텐데 작가는 여기에 더하여 제2 그리고 마지막 제3의 사건까지 더하여 준다. 그로 인해 더욱 독자들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많지도 않는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그리고 완벽한 알리바이와 불완전한 알리바이 사이에 고민을 하게 된다. 기누에의 결혼은 안했지만 남편,그리고 시동생 그리고 남편의 회사사직원, 예전 남자들까지 총출동 시켜서 답이라는 증거에 맞춰보지만 사건은 좀체 풀리지 않는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과연 누구인지 맞출 수 있을 것인가. 이 모든 고민을 한방에 풀어주는 천재탐정인 가미즈의 다음 활약상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