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만리2
원래 시리즈로 연결되어 있는 작품들의 서평을 나눠쓰는 편이 아니다. 그냥 전집으로 묶어서 총평을 쓰는 편인데 이 책은 각권의 느낌이 너무나도 달라서 따로 쓰지 않을수가 없었다. 1권에서의 이야기들이 이 책을 이끌어 가기 위한 밑밥 투척이었다면 2권부터는 좀더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실 기업이야기나 전반적인 중국에 관한 이야기들은 3권에서 그려지고 마무리가 되어 가고 2권은 중국 기행문 같다는 생각도 든다. 서안을 시작으로 해서 충칭을 거쳐서 칭다오까지 그리고 상하이에 북경까지. 중국에서 조금 인기가 있다거나 유명하다고 생각되어지는 곳은 거의 다 언급이 되어지는 셈이다.
상하이에서 수주 잘못으로 인해 좌천되어 서안으로 가게 된 김현곤. 그를 만나기 위해 종합상사의 전대광은 서안으로 향한다. 서안. 병마용이 발견된 이후로 갑자기 뜨게 된 도시. 대부분의 중국이 그러하듯이 갑자기 부상을 한 도시들은 일제히 옛것들을 부시고 새로운 고층 건물들을 짓겠다고 부산하다. 곡 한국이 그러는 것 처럼. 유럽을 가면 몇천년 된 건물들이 그대로 있는데 반해 한국에서는 찾아 보기가 어렵다. 그저 건물들을 세우고 돈을 벌 궁리를 하느라 그런 것일까. 그런 한국을 똑같이 벤치마킹이라도 하듯이 개발중인 중국은 무조건 오래된 건물은 버리고 새로운 건물들을 짓는다. 그러면 사람들이 그곳에 더 많이 오게 되고 자신들이 더 잘살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마냥. 안타깝다.
전대광은 그 이후에 악세사리 사업을 하는 하사장을 만나기 위해 칭다오로 향한다. 큰 매장에 그들의 제품을 납품시켜 그 수수료를 받으려고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하사장은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고 큰 돈을 벌수 있는 기회를 사양한다. 그의 이 선택은 나중에 어떤 결과를 가져 오게 되었을까. 1권에 이어서 등장하는 인물도 또한 새롭게 나오는 인물들도 있다. 중국에서 일을 하는 많은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비단 그 나라 사람들을 제외하고 한국 사람으로써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도 있고 그 사람들을 중국 사람들과 연결시켜 주고 그 수수료를 받는 사람들도 있고 일본 회사일을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세계적으로 일을 연결해주는 직업들도 있다.
사실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회사도 아니고 무언가를 파는 회사도 아니고 단지 이 회사와 저 회사를 또는 관공서들을 또는 사람들을 연결시켜 주는 임무일뿐인데 무얼 그렇게 큰 수수료를 받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중국인 특유의 '꽌시'라는 문화가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도한 중국이 아직까지는 사회적인 국가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아마도 그 연결하는 사람이 가장 중요한 사람임을 금방 알수 있을 것이다. 그 역활이 이 책의 주인공격인 전대광이 하는 일이다. 사람과 사람들을 연결하고 회사와 회사들을 연결하는 일.
아마도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는 사람이라면 그들도 분명 많은 준비를 하겠지만 이 책을 먼저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소설이지만 작가가 중국에서 오랜동안 생활하며 취재를 했기 때문에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 없다. 조금의 과장은 있을지언정 곡 필요한 사항들이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뒷부분에서는 1권에서 도망치다 시피 중국에 온 의사 서하원의 이야기가 다시 등장한다. 오랜만에 가족들을 중국에 불러서 가족여행을 하게 된 그. 덕분에 책을 읽는 독자들로써는 중국의 베이징으로 넘어 갔던 이야기가 다시 상하이로 넘어오게 되고 그들과 함께 상하이 여행을 할수 있는 계기가 된다. 중국의 여러 곳을 배경으로 하다보니 각기 그곳만의 특징이 있다는 것을 조금은 알수 있겠다. 작은 나라 한국에서도 지역마다 다르고 지역색으로 인해서 정치도 싸우는데 하물며 중국이야 더할테지. 다른 도시끼리 말이 달라서 통하지 않을때도 많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중국에 대해서 몰랐던 무지가 책으로 인해서 점점 깨어지고 있다. 마지막권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있을지 궁금하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비블리오 고서당 사건수첩을 알기 시작한 후로 벌서 몇달이 흘렀다. 처음에 책을 접했을때는 이야기에 급급해서 앞에 이쁜 일러스트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지나쳤다. 이제 3권쯤 되니 하나하나 자세히 뜯어볼 여유가 생겼다. 그로인해 1권과 2권 모두 들여다보고 3권과 같이 비교해 볼수 있었는데 고즈넉한 분위기가 왠지 모르는 잔잔함을, 내가 그 고서당에 직접 가 있는 느낌을 주기도 하였다. 이번 3권은 특이하게도 '봄과 아수라'라는 얇은 책자와 함께 도착했는데 처음에는 이게 뭐지 하고 얇은 책을 들여다보면 몇편의 시들이 적혀 있다. 그 시에 관한 이야기는 본문에 마지막 이야기이자 시오리코씨가 찾고 있는 엄마의 마지막 책 '크라크라일기'와 연관되어 있다.
전편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대충은 짐작할 것이다. 이 책이 어떤 이야기로 쓰여졌는지. 모르는 사람들 위해서 대략적으로 요약하자면 비블리아 고서당이라는 오래된 고서점의 주인을 보고 약간은 좋아하는 마음이 생긴 주인공 다이스케. 그가 임시직으로 그곳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하나의 사건 형식으로 구성하여 편집해 놓은 글들이 이 책의 내용이라 할수 있겠다. 책과 관련해서 무슨 그렇게 큰일이 벌어지겠냐고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건들은 책과 연결이 되어 있고 그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거나 알게 되는 계기도 된다.
2권에서도 그렇지만 3권에서는 1권과 2권에서 등장했었던 인물들이 살짝 살짝씩 카메오처럼 등장해 주신다. 책을 훔쳐간 인연으로 알게 된 시오리코씨의 동생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부터 시작해서 책을 팔려는 남편과 찾으려던 아내분들도 이번편에서는 중요한 한 등장인물이 되어주고 있다. 더불어 '시오리코씨와 사라지지 않는 인연'이라는 부제목처럼 시오리코씨가 계속 찾고 있는 집은 나간 엄마의 존재까지도 희미하게나마 드러나고 있다.
이번 3권에서는 세편의 이야기와 앞뒤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같이 편집되어 있다. 둘다 시오리콨의 동생인 아야코가 쓴 일기 형식의 글인데 처음이야기인 프롤로그를 통해서 약간 짐작할수 있었다면 마지막 이야기긴 에필로그를 통해서는 어찌해서 그토록 시오리코씨가 찾던 엄마의 책을 못 찾았는지에 대한 이유와 더불어 엄마가 어떻게 이들의 상황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대략적으로 들을수 있다. 그로 인해 더욱 4권에 더욱 기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재주는 없지만 책에 관해서는 항상 자신있게 말하는 시오리코씨. 그로인해서 자신이 다치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지만 책에 관한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그녀를 항상 지켜보는 다이스케. 읽는 사람들이 바라는 그들 둘의 관계의 진전은 크게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조금씩 그들의 관계의 거리도 좁아지지 않을까. 엄마의 존재가 궁금해지는 4권. 겨울중에는 볼수 있다고 한 작가의 말처럼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다음 이야기가.
이 치열한 무력을
'잘라라 기도하는 그손을' 사사키 이타루의 신작이라고 한다. 사실 이 책을 제목만 들었지 어떤 분야의 책인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책인지 요점은 무엇인지 아무것도 아는 바가 없다. 그래서 이번 책을 읽으면서 일부러 찾아보았다.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의 부제는 ‘책과 혁명에 관한 닷새 밤의 기록’이라고 되어있다. 그리고 저자가 책과 혁명에 관한 생각을 자유롭게 쓴 에세이다. 저자는 루터를 비롯해 마호메트, 니체, 도스토옙스키, 프로이트, 라캉, 버지니아 울프 등 수많은 개혁가와 문학가, 철학가를 통해 ‘책이 곧 혁명’임을 이야기한다. 즉 철학에 관한 에세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이 책은 어떠한가. 대충 말하자면 이것도 일종의 에세이집이라 할수 있겠으며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가 강연을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말해왔던 것을 요약한 내용과 다른 사람들과의 대담을 적은 대담집이라 할수 있겠다. 그냥 편하게 말하자면 예전에 읽었던 하루키의 잡문집 같은 느낌이랄까. 그렇지만 그와는 다른 것이 주로 다루고 있는 소재가 되겠다. 하루키의 잡문집에서는 어려운 이야기 뿐 아니라 음악이야기도 나오고 문학에 관한 이야기가 전반에 걸쳐 나와서 조금은 편하게 읽을수 있는 반면 이 책은 주제 자체가 문학이라기보다는 철학이나 사상에 관련된 부분이 많아서 아주 힘들게 한줄한줄을 눈으로 확인해가며 읽어야했다. 문학과 인문학의 차이점이라고 해야 할까.
처음 마주하는 글부터도 심오하다. 제목이 '말이 태어나는 곳'이다. 그 말이 우리가 타는 그 말이 아니라 말을 하는 그 말 즉 언어라고 본다면 그 말의 시작은 어디였냐 하는 것을 주제로 삼아 다마 미술대학에서 소설가인 아사부키 마리코와 평론가인 안도 레이지와 좌담을 펼친 이야기를 정리하고 있다. 사실 말이 쉬워서 그렇지 그렇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가의 기원을 찾는 토론을 한다면 한국말로도 이해가 되지 않는 말들이 대부분일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이 주제를 가지고 대학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토론을 해보고 싶기도 하다. 어떠한 이야기들이 나올지. 그런데 일본어로 말했던 것을 다시 정리해서 글로 쓰고 그 글을 다시 번역으로 옮기고 해서 나온 글. 이 글을 읽고 잘 이해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그조차도 의문이다.
사실 책 제목을 처음 봤을때 무력이나 단어에 대해서 굉장히 신경이 쓰였다. 무력. 원제로 쓰인 걸 봐도 영어로만 쓰여 있어서 무료쿠라고 한자어를 읽는 음만 나타내고 있어서 대체 무슨 뜻인지 궁금했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이 알다시피 무력은 武力 으로도 쓸수가 있고 無力 으로도 나타낼수가 있기 때문이다. 앞에 붙은 형용사를 생각한다면 힘을 나타내는 앞의 단어가 맞는 것 같기는 한데 힘이 없다는 뒤어 단어가 맞는 것 같기도 하고. 그 결론은 본문안에 있는 '변혁을 향해 , 이 치열한 무력을'이라는 제목이 붙은 글을 보면 알수 있다. 2011년 후쿠오카 강연을 바탕으로 정리한 텍스트인데 3.11일날 일어났던 지진이후의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말해달라는 그런 이야기를 이야기 했던 것 같다. 아무 힘도 없는 그런 와중에 치열함을 드러내라는 것. 너무나도 모순된 이야기지만 그런 이야기들을 통해서 지은이는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어느 정도 이해가 가던 이야기는 '후루이 요시키치, 재난이후의 영원'이라는 제목이 달린 글에서 멈추고 말았는데 그는 소설가로 그의 자선작품을 해설해 저자가 해설해 놓은 글이라 할수 있겠다. 일단은 후루이 요시키치라는 작가를 몰라서 그 글의 해설 또한 어렵게 느껴졌고 그리고 그의 글 자체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문학이 아니라 일본의 고문학과 연결되어 더 어렵게 느겨졌는지도 모르겠다. 조금은 일본문학을 아는 사람들이 본다면 더 관심을 가지고 볼만한 그런 텍스트가 아니었을까 싶다.
가장 공감이 갔던 글은 가장 짧은 글이기도 한 일본 잡지 바일라에 실린 모델 아이자와와의 인터뷰 글이 아닐까 싶다. 그녀는 솔직하게 자신이 철학이라는 것을 모른다고 얘기했고 사사키는 대놓고 정면에서 듣기는 처음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세세히 풀어주는 그의 이야기는 무조건 철학이 어렵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조금은 더 쉽게 접근할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그럼으로 보통사람들도 이해할수 있는 폭을 넓혀주었다.
한권의 책을 읽으면서 머리에 쥐가 나기는 오랜만인것 같다. 그나마 간혹 가다 이런 글로써 숨 쉴수 있는 방공호를 만들어준 편집자에게 고마움을 전해야 할 것 같다. 이 책에 부제는 이것이다. '본디 철학이란 무엇입니까?' 이 책을 읽는다고 무엇이 철학인지 다 알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수박 겉핡기라도 되지 않았을까 하며 위안을 해본다. 철학은 여전히 내게는 어렵지만 가끔씩은 한번쯤은 사유해 볼 시간을 주기도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