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바위
바윗돌 깨뜨려 돌멩이 돌멩이 깨뜨려 자갈돌 자갈돌 깨뜨려 모래알 모래알 깨뜨려 바다물... 뒤로 갈수록 가사가 정확히 기억이 안나서 내 맘대로 가져다 붙인 것도 있지만 책을 읽어 가면 갈수록 뒤로 가면 갈수록 생각나는 하나의 노래였다. 힐링 소설. 하도 힐링이 유행이라 이제 힐링이라는 소리만 들어도 지겨울 정도였는데 소설이라. 이 소설을 읽으면 치유가 된다는 것일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밑지는 셈 치고 그냥 한번 읽어보기로 했다. 결과는 나름 괜찮았다 였다. 이 책을 보면서 한때 유행했던 책들이 생각났다. 제목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림들이 감동을 주는 책이었는데 꽃들에게 희망을 이었나 그책도 그랬꼬 그리고 어떤 한 동그라미가 굴러가면서 자신의 짝을 찾다가 결국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다는 그런 내용의 책도 있었던 것 같다. 결국 이 책은 힐링이라는 표지를 덮어쓴 자기 자신을 찾는 법이었다. 자기 자신을 찾는 것 그게 바로 힐링일수도 있겠다.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그저 세월에 휩쓸려 살아가고만 있는 사람들도 많으니 말이다.
산 꼭대기에서 자리 잡은 아주 큰 고래를 닮은 모양의 바위. 누군가 어느날부터 그 바위를 고래바위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보았던 고래와 닮았다는 이유로, 정작 바위 자신은 고래를 본 적도 없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고 바다를 오가는 새들이 그런 이야기를 전해주자 자신도 우쭐거리며 실제의 고래와 자신을 비교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여기서 이 고래바위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비유할수 있다. 자신이 조금만 잘하는 것이 있으면 대번에 우쭐거리며 잘난척 하는 증상. 낮아지고 깨어짐이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주위에서 어떤 압박과 시련이 들어오기전까지는. 그래서 종교인들이 그렇게 낮아짐을 주장하는 가보다.
어느날 둘로 깨어져 버린 고래바위는 산중턱을 굴러서 내려오게 된다. 안타깝지만 그게 현실이다. 언제까지 그렇게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 수 없다는 것. 가장 높은 곳에서는 언젠가 내려오게 된다는 것. 누구나 다 명심해야 할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그렇게 굴러온 바위는 뾰족바위로 너럭바위로 징검다리로 모양과 이름이 바뀌면서 계속 굴러오게 된다. 그 과정에서 옆에 있는 바위가 묻는다. 너는 어디에서 왔니. 자신은 자신이 고래바위였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 바위는 미리 말을 한다. 굴러 내려온 바위들이 다 자신들이 고래바위였다고 주장을 하고 다닌다고. 정작 진짜 고래바위였던 자신은 드러내지 못하고 그냥 묻어 버리고 만다. 나는 그냥 일반적인 바위였어 하고 말이다. 이 장면을 읽으면서 한때 문제가 되었던 위조 사건들이 생각났다.
자신들이 유명한 학교를 졸업하지도 않고서는 나는 어디 학교 출신이야 라고 말하면서 거들먹 거렸던, 그런 사람들로 인해서 정작 정말로 좋은 학교를 다녔던 사람은 자신이 그 학교 출신이라고 말을 해도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는 결과를 초래하고 되었다. 어찌나 돌멩이들의 생활이 사람들과 비슷한지. 돌멩이들이 말을 할수 없어서 그렇지 만약 그들이 말을 한다면 이런 사태도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마지막에 자신의 진가를 알아준다. 오히려 옆에 있던 친구 돌멩이는 처음에 자신이 고래바위였음을 숨겼을 때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다.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지는 법이다. 진정한 친구는 자신을 알아보는 법이다. 진실한 친구 한명만 있으면 어떤 힘든 일이라도 다 견뎌내고 이겨낼수 있을 것 같다.
전체적으로 산 꼭대기에서 아주 큰 바위였던 돌멩이가 점점 내려오면서 자신이 그토록 가고자 원했던 바다까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러면서 만나는 다른 생물들과 돌멩이들의 이야기로 사람들에게 깨우침을 주고 있다. 지루하지 않고 고루하지 않고 따분하지 않다. 그러나 한가지 아쉬웠다. 정말 제대로 된 일러스트 몇컷이면 이 책이 훨씬 더 잘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촌스럽지 않고 너무 대놓고 이렇게 보여요 하지 않는 그런 그림. 돌멩이가 굴러가는 과정을 그림으로 표현해 주었다면 독자층이 훨씬 넓어지고 선물하기에도 훨씬 더 좋은 책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물론 개인적인 의견이기 떄문에 오히려 그림이 들어가면 이미지가 별로 안 좋아요 하는 결론 때문에 그렇게 만든 편집자의 의견일수도 있지만 정말 이쁜 그림이 요만큼은 그리웠다.
사미라에게 장미를
처음 듣는 작가 이름을 보고 책을 읽으면 그 후 반응은 딱 두가지이다. 이 작가가 괜찮아서 이 작가가 쓴 다른 책들을 찾아서 읽게 되는 경우 또는 그 반대의 경우. 웬만해선 정말 별로다 하는 책은 없었는데 아번에는 심각하게 고민을 하게 된 책이었다. 보통은 번역서를 읽을때 번역이 어색하다거나 또는 내 맘에 들지 않게 결국 그 소리는 재미가 없게 되었다거나 하는 경우가 있어서 한국 작가의 책들은 그런대로 읽히는 편인데 여름에 읽었던 망상해수욕장 유실물 보관소는 여러 단편들을 모아 놓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작가가 쓴 책임에도 불구하고 이해를 못해서 여러번 다시 읽은 경험이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 책은 내용상으로는 지극히 재미 있다. 종로경찰서 여형사반장 최선실. 이름은 좀 촌스럽지만 여 형사라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특성 상 재미있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온갖 스릴러와 첩보물이 겹쳐 있다. 재미 없으면 그게 이상하다. 그리고 주인공의 캔디 캐릭터와 반대로 집안도 배경도 좋고 거기다 주인공의 남자까지 가로채 결혼하는 라이벌 백지영. 결국 이 친구는 주인공보다 윗사람이 되어 돌아오지만 다시 주인공의 페이스대로 끝이 난다.
팔레스타인을 도와주었다고 대가로 그쪽에서 훈장과 보상금을 보낸다고 하지만 쿨하게 거절하고 그 일로 인해서 무언가 연줄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프랑스 대통령과 그의 연인이자 작가이자 보안기관의 수장이 방한을 하게 되고 종로서에서 경비를 맡게 된다. 그 와중에 대통령의 연인을 저격하려는 사건이 벌어지고 최선실은 총상을 당한다. 프랑스에서 크게 당했던 팔레스타인의 복수라고 생각하고 수사는 진전이 되는데 과연 정말 팔레스타인은 자신들의 동료가 당했던 것을 보복하기 위하여 프랑스 보안기관 책임자인 그녀를 죽이려 했던 것일까.
배경은 한국. 등장인물은 프랑스 사람들 그리고 국제적인 분쟁 지역인 팔레스타인 사람들까지. 한국적이면서 국제적인 분위기의 첩보물과 스릴러는 재미를 배재하고서는 생각할수가 없다. 단 한가지 아쉬운 것은 얼마전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인정해 주었기 때문에 아마도 이 책에서 나오는 것처럼 더이상은 분쟁의 여지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소재로써는 얼마든지 쓸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이 책은 작가의 열번째 책이라고 한다. 그만큼 줄거리나 이야기면에서는 더 할 날위 없어 훌륭하다. 한두번 써본 솜씨가 아니다. 흔한말로 초짜가 아닌것이다. 전문가의 냄새가 난다. 그러나 한국적인 첩보소설이 언제나 그렇듯이 약간은 메이저급이 아닌 마이너급이라는 것이다. 전에도 이런 비슷한 소설류를 본적이 있다. 아듀 유럽이라는 제목의 책이엇는데 역시 이런식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주인공들은 한국사람이고 읽을 때는 재미있고 좋지만 왠지 다른 나라의 작품들과 비교해 본다면 무언가 모자라는 그런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요네스뵈의 해리형사 시리즈나 마이클 코널리의 해리 형사 시리즈나 게이고의 가가형사시리즈에는 탄성을 지르면서도 이 책처럼 한국의 최선실 형사 시리즈에는 공감할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고 해야 하나.
아뭏든 다른 것은 다 뒤로 하고 이 책은 황금펜클럽 시리즈 중의 한 권이다. 청어람에서 나온 이 시리즈를 처음 본게 [적막의 도시]라는 작품이었다. 꽤 기억에 남아서 그 다음에 [레드 트라이엄프]라는 책을 보았다. 이 역시 비슷한 첩보물이었지만 그런대로 재미있었다. 그렇지만 이번 책. 작가보다는 출판사에 실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첫 페이지부터 오타가 튀어 나왔을때 알아채야 했었다. 이 책이 처음부터 끝 페이지까지 오타 투성이라는 것을. 읽다 읽다 너무 많은 오자에 지쳐 혹시 내가 책이 아닌 가제본을 읽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책을 몇번 뒤집어 보기도 했었다. 요즘엔 가제본 책들도 오타 하나 없이 나오더만.
작가가 나이가 좀 있으신 편이라 대화체 중에 쓸데 없는 허구, 라는 말이 몇번 들어가는 것은 이해하겠다. 맞춤법이 틀리는 것은 (미소짖는다는 표현이 세번 이상 반복되더라. 4번째에는 미소 짓는 것으로 나오긴 했다) 이해하겠다. 배낭을 륙색이라 쓴 것도 이해하고 드라마를 제작하는 '브룩하이머'를 자신의 표현대로 쓴것도 이해하겠다 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나'를 '그라나'로 쓴다던가 '베이루트'를 '베이투르'로 쓴다던가 하는 기본적인 실수는 정말 답답했다.
그리고 처음에 몇번 고치다 포기했지만 전체적으로 이상한 띄어쓰기가 되어 있는 것은 읽는 사람으로써는 절대 참을수 없었다. 비유하자면 차를 타고 가는데 몇번 못가고 브레이크를 잡고 또 얼마 못 가 브레이크를 잡는 식이라고 할까. 그 차를 타고 가는 사람도 그 차를 뒤따르는 사람도 짜증나기 마련이다. 너무나 많은 띄어쓰기 오류는 몇번 고쳐보다 포기했다. 하나둘이 아니어서. 이처럼 재미있는 스토리의 책을 편집의 이상으로 재미를 느끼며 읽지 못했다. 이 출판사의 책을 믿고 읽었는데 내 책만 이런건지 아니면 다른 책도 그런건지 나는 궁금할 뿐이고 이 책과 같이 출판되었던 블랙이라는 제목의 책도 그런지 궁금할뿐 이지만 사 보았다가 또 이런 책이 올까봐 두려워서 볼수도 없다. 그냥 궁금함으로 남겨두련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쫄깃
쫄깃... 이 말만 들으면 나는 자동으로 왕꿈틀이가 생각이 난다. 물론 젤리를 설명할때 이 단어가 가장 매치가 잘 되는 것도 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젤리가 꿈틀이여서 그런가보다. 스윗샵에 가서 병에 가득 든 신맛이 약간 나는 꿈틀이를 하염없이 쳐다 본 적도 있다.
이 책은 내게 그런 존재였다. 신맛이 약간 나면서도 쫄깃 거리는 존재. 메가 쇼킹이라는 작가가 제주도에 가서 정착하기까지의 그리고 또 정착한 이후의 삶도 무지 부러워서 그래서 약간 시기하는 심정으로 신맛이 약간. 그렇지만 이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나도 쫄깃거려 그래서 쫄깃이 약간. 사실 이 사람의 이름을 들어보기는 했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웹툰 작가라고는 오직 한사람, 강풀만을 알고 그의 그림을 좋아하고 그의 스토리들을 좋아해서 읽고 또 읽곤 한다. 그래서 그 결과 그의 친구로 알게 된 것이 메가쇼킹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바이다. 이 책의 뒤에도 보면 강풀이 십년지기 친구가 무슨일이 한다기에 했던 말이 적혀 있다.
그냥 충동적으로 생각한 것이 결과물이 되어 나왔을때 그 얼마나 신기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고 그럴지 나는 그 감정이 충분히 상상이 된다. 그리고 그의 성격이 새삼 부럽기도 했다. 생각하는 대로 산다는것. 즐거움을 추구하며 산다는 것.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산다는 것. 그 모든 것들은 일반 사람들이 다들 바라는 것이지만 정작 실현되기는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현실과 이상이라는 것은 충돌을 하게 마련이라고들 얘기를 한다.
그러나 이 작가 메가에게는 그것이 전혀 어렵지 않은 일인 것 같다. 제주도에 가자 그러면 제주도에 가 있고 놀자 그러면 놀고 있고 여기다 싶으면 바로 계약을 하고 짓자 그러면 어느샌가 친구들이 생겨서 짓는 것을 도와준다. 그러다 보면 완성이 되어 있다. 물론 이게 다 거저 되는 것은 아니다. 작가가 생각한대로 부지런히 바쁘게 왔다갔다 뛰어 다니고 손에 핸드폰이 붙어버릴만큼 트위터를 통해서 광고를 해 댔고 현실에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던 청춘들은 그의 말에 공감하며 나도 좋아하는 것을 찾아 해보겠다고 모이게 되고 마음이 모이고 뜻이 맞으니 같이 있게 되고 시너지 효과를 내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작가와 그와 함께 하는 사람들이 성격이 맞아야 하겠지만 사람이 잘 따르는 사람들을 보면 무언가 매력이 있기 마련이다.
나는 그의 매력이 궁금해져서 제주 쫄쎈으로 날아가보고 싶어졌다. 아지트 개념으로 만들고 싶다던 게스트 하우스. 그곳의 이름은 쫄쎈. 즉 쫄깃쎈타이다. 메이저급이라기 보다는 약간은 마이너 냄새가 나는 그의 일상들과 행동들과 작품들. 그렇다고 해서 결코 그냥 넘겨 버릴 수 없는 그런 의미가 담겨져 있다.
처음에는 작가 이름만 보고 재미있는 만화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읽게 된 책. 결과적으로는 제주에 가보고 싶다는 마음만 들게 만들어 버린 책. 아니 그보다 힘든 현실과 재미있는 이상 사이에서 방황하게 만들어 버린 책. 나도 쫄쎈에 가서 하루종일 바다를 보면 그곳에 있는 책들을 읽고 싶다. 편하게 기대어 말이다. 참.. 지금보다 따뜻할 때. 제주에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생각보다 추운 동네다. 거기...
하나더, 이 책에는 아주 멋진 사진들이, 기가 막힌 사진들이 가득하다. 전문가보다 더 전문가처럼 사진을 좋아하는 쫄패 분이 찍으신 사진들인데 얼마전 본 순례자의 길을 다녀온 책에서 본 사진만큼이나 멋진 사진들이 가득하다. 인물사진들은 웃기지만 풍경 사진만큼은 정말 우와 할만하다. 힘들때 이 사진들이라도 본다면 위로가 되지 않을가 싶은 마음으로 들여다 보고 또 들여다본다. 우리나라. 제주도.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