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그가 생일 파티를 해요
그러그? 그리그? 이름도 생소하고 그림도 생소하고. 사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라면 전혀 생소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으나 아이라고는 키워본적도 아이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들어본 적 없는 나는 이게 무언가 싶은 정도로 익숙하지 않는 단어였다. 그런 내가 왜 이 책을 보게 되었냐고? 아주 간단하다. 내게는 조카가 둘 있다. 그것도 모조리 남자로만. 분명 둘째는 이쁜 그리고 조용한 여자 조카를 바랬건만 그게 어찌 내 맘대로 된단 말인가.
뭐 어찌됐건 큰 조카는 가끔 볼때마다 놀이터에 데려가서 놀아줬고 터울이 좀 지는 둘째 조카 녀석은 내가 놀아주기 보다는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큰 녀석이 같이 놀아준다. 아뭏든 둘다 남자아이들이다 보니 조용하게 앉아 있는 건 고사하고 같이 책을 본다거나 이야기를 한다거나 하는 건 꿈도 못 꿀 일. 그나마 게임 할때는 조용히 앉아 있는 편. 그래서 생각한게 지난번에 애플비 놀이세트 책을 사다 줬다. 꼬마녀석을 겨냥하고 사주고 큰 녀석은 지난번에 받은 우등생 시리즈를 주었는데 일년동안 내내 문제집만 풀었는지 시큰둥 하더니 종내는 동생 놀이 책을 뺐어서 자기가 하기 시작. 너무너무 재미있어 하더군.
그래서 불쌍한 동생 녀석을 위해서 한자리 비어 있었던 이 그러그 녀석을 부리나케 신청. 그 권리를 손에 넣고 의기양양해 있었다. 그랬었다. 그런데 막상 책이 온 걸 보니 얼래? 이렇게 간단한 거였어? 하긴 이제 겨우 걸어다니고 말 배우는 아기한테 내가 뭘 바라겠어 했다가도 이 못 생긴 녀석은 뭐지 하면서 또 한번 캐릭터에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뽀로로처럼 귀엽기라도 하던가 아니먄 그 공룡 녀석 이름은 뭣이던가 간에 특색이라도 있던가.
하긴 특색한번 희한하게 있다. 무슨 빗자루 묶어 놓은 것 마냥 마구잡이로 뻗쳐진 머리가 이 녀석의 특징이라면 특징일 듯. 그것을 한데 모아서 저기 그림처럼 묶기도 하고 그런다. 눈도 조그맣고 키도 작아서 앉았는지 섰는지 구분도 안 가는 녀석. 이런 녀석을 아이들은 좋아한다니 참 아이들의 생각도 읽기도 어렵다. 이게 우리나라에만 국한 된것이 아니라 이 녀석의 본래 태생인 오스트레일리아. 즉 호주에서도 잘 나간다고 하니 전 세계 아이들의 눈높이는 똑같은가보다. 그러고보니 나는 어렸을때 무슨 캐릭터를 좋아했더라. 어렸을땐 모르겠고 좀 커서는 아톰이나 코난 같은 다 일본 캐릭터만 좋아했던 기억이 나네.
한페이지에 한 두줄씩 있는 이야기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는 충분할듯 하다. 한장은 그러그가 가득 그려져 행동을 하는 그림이 있어서 울 조카 같이 어린아이들은 그림만 보아도 좋아할듯 하다. 그림을 보고 내용을 파악한 후에 글을 읽어주고 조금 더 자라서 자신이 글을 읽을 줄 알게 되면 또 보게 되는 그런 교재로 써도 충분할 정도이다. 내용은 제목과 아주 똑같다. 자기 생일인지 언제인지도 모르는 그러그가 생일 파티를 하는게 부러워서 자신도 파티를 하려고 이것저것 준비해서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는 내용. 마지막에 친구를 초청 하지 않은 걸 깨닫는게 반전이라면 반전.
제일 뒷장에 보면 그러그 시리즈가 계속 나온다는 것을 알수 있다. 정확히 세어본것만 24권이었고 한꺼번에 사주는 것보다는 한권씩 한권씩 아이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을 골라 사주는 것이 훨씬 나을듯 하다. 아무리 보아도 전혀 정이 들지 않는 캐릭터 그러그. 다음번에 보면 좀 더 친해질까? 조카 마음을 사로잡는 걸 봐서 선택해야겠다.
죽은 자들의 방
프랑스 소설을 처음 본게 뭐였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프랑스 젊은이들이 많이 읽었다는 '아마도 사랑이야기'였나를 보고 나와는 잘 코드가 맞지 않는 책이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 적이 있었다. 내용상으로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였는데 번역이 잘못되었을까 아니면 내 감정이 잘못되었을까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었다. 그러다 '내 욕망의 리스트'라는 제목의 책을 보고 전의 생각은 완전 바뀌고 말았다. 장르소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로또라는 아주 흔한 일반적인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을 정말 얇은 책이었지만 여느 두꺼운 책 못지 않은 즐거움을 주었다.
그리고 그 이후 정말 획기적인 책을 보게 된다. '알렉스' 분명 프랑스 작가의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장르소설이었고 그 빠르기는 정말 따라가기가 벅찰 정도로 휙휙 넘어갔다. 요즘의 장르소설들은 가만 보면 사람을 장난감 취급 하는 경향이 있다. 범인이 사람을 가지고 논다라고 생각하면 딱 맞을 듯 하다. 요네스뵈의 소설에서도 그러했고 알렉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조그마한 박스에 사람을 가둬놓고 높은 곳에 매달아 둔다. 누가 그런 생각을 할수 있을까. 가학의 끝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보다 더한 소설들이 계속 나온다. 그러면 그런 걸 보지 않으면 될텐데라고 생각하는데 누가 사람은 호기심의 동물이라고 그랬던가 또 궁금해서 보게 된다. 부디 나쁜 넘들이 이런 책을 보지 않기를 바라며.
아뭏든 그렇게 프랑스 장르소설에 관심을 붙이고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알렉스가 워낙 화려해서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이 책 역시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못하지는 않은 작품이다. 하나의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결된다. 책 뒤표지에 보면 악은 혼자서 오지 않고 반드시 같이 온다고 되어 있는 문구가 있다. 그 말 그대로 이 책에서는 처음에 아주 사소한 , 어찌보면 실수라고 할수 있는 사고가 그것을 무마함으로써 사건이 되고 그 사건이 도화선이 되어 점점 큰 내용으로 발전되어 버리고 희생자도 그에 맞춰 점점 늘어 나게 된다.
모든 것은 다 그러한 것 같다. 처음에 시작은 아주 작지만 그것에 커지면 나중에는 감당 할수 없게 되어 버리는 것. 속담에도 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고 하던가. 그냥 내가 실수를 저질렀소 하면 끝날 것을 숨기고 감추고 덮고 그러다보니 그것은 범죄로 연결되어 버리는 것이다. 필연적인 요소이다. 멜로디라는 이쁜 이름을 가진 소녀가 살해된 채 발견된다. 그녀는 무슨 이유로 누구에게 납치를 당한 것이며 왜 목에 리본을 두른 채로 허름한 창고에서 발견 되게 된 것일까.
자신을 해고 시킨 회사에 보복을 하기 위해서 단지 낙서를 하기 위해 등장한 두명의 사나이가 있다. 그들은 낙서를 끝낸 후 돌아가려다가 작은 모험을 해보기로 한다. 아무도 없는 밤이니 실컷 달려보기로 한 것이다. 전조등을 끈 상태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리고 그 두사나이와 멜로디와의 관계를 어떻게 연결될까. 전혀 생각지 못한 이야기들이 계속 이어지고 이런 장르소설의 필수 요소인 연쇄살인이 일어난다.
이 책에서는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다른 어떤 장르소설에서 일어나는 일들보다 강하다. 아마도 대상이 아이들 그중에서도 예쁜 여자아이들이라서 더하게 느껴지는 것도 없잖아 있겠다. 중반 이하에 뜬금없이 등장하는 한명의 인물로 인해서 잠시 감은 잡았었다. 누가 범인인지에 관한 힌트랄까. 그렇지만 범인이 단독범행이 아닌것이 또 하나의 난관이다. 두명을 다 알아 낼수 있다면 정말 정르소설의 대가라 하지 않을 수 없겠다.
이 책의 뒷부분에는 영어책도 아닌데 씨디가 한장 붙어있다. 자세히 살펴보니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라고 적혀 있다. 제목이 멜로디의 미소. 아마 처음에 죽은 아이인 멜로디의 이름을 다서 제목을 붙인 듯 하다. 책 내용도 흥미진진했는데 영화를 보는 재미까지 두배로 느껴질수 있을 것 같다. 영화관에 가서 보는 것은 별로라 하지만 집에서 느긋하게 보는 건 좋아한다. 오랜만에 즐겨보는 스릴러 무비가 될 것 같다.
여기에 시체를 버리지 마세요
히히... 읽으면서 내내 히죽거리게 된다. 그게 이 작가가 쓰는 책의 매력이다. 정말 일본어로 어떻게 쓰여져 있는지 다른 책과는 어떻게 다른지 읽어보고 싶을 지경이다. 일본어를 그만큼 잘 알수만 있다면. 마지막에 정말 긴박한 상황에서 어떻게 그런 내용들을 만들어 낼수가 있는지 작가의 생각이 궁금하다. 나무덩굴로 만들어진 다리. 범인은 총을 들고 그 앞에 인질 두명. 그리고 다리 너머에는 경찰을 필두로 탐정도 있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 다른 스릴러나 추리소설들은 이야기가 급박하게 돌아간다. 경찰특공대가 나타난다거나 또는 형사가 진두지휘를 해서 해결을 한다거나 또는 탐정이 무슨 해결방법을 내어 놓기 마련인데 이 책에서는 이들은 전혀 다른 행동을 한다. 범인이 들고 있는 총에 맞을까봐 경찰을 제일 앞에 세우고 그뒤에 탐정이 서고 그이후에 탐정과 함께 다니는 사람들이 일렬로 줄을 선다. 그리고는 경찰이 얼굴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같이, 왼쪽으로 돌려도 같이, 한바퀴를 돌려도 같이한다. 그러다보니 무슨 아이돌 그룹은 군무같은 느낌이 들고 그걸 보다 못한 인질이 한마디 한다. 너네 지금 아이돌그룹이냐고. 이런 위급한 순간에 빵 터지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일본소설은 별로라고 하는 사람들이나 또는 쉬운 추리소설 없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책을 추천한다. 기대한만큼 보답하는 책이다. 전혀 엇나감이 없다. 그의 책을 처음 본것은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후에'였다. 처음 제목을 봤을때도 무슨 이런 제목이 있나 하면서 책장 제일 앞에 있는 원작의 제목을 읽어보았다. 아무리 일본어를 모른다해도 기본적인 히라카나는 읽을 줄 알며 한자어는 더더군다나 거의 뜻을 안다. 그래서 쉽게 볼수 있다. 그런데 어라 제목이 원작과 똑같다. 그걸 그대로 풀어 놓은 것이다. 새로 한국판으로 만들어 붙인 제목이 아니었다. 제목에서부터 궁금증이 일게 하는 그의 책. 나중에 보니 그의 책들은 거의 모두 다 제목이 그런 식이었다. 이 책 이전에 읽었던 '이제 유괴따위는 안해' 그것도 마찬가지의 연장.
아뭏든 그렇게 처음에 읽는 책의 주인공은 부자집 여형사였는데 캐릭터도 마음에 들고 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 이후로 그 캐릭터는 자주 볼수 없지만 밀실시리즈에서 등장하는 우카이 탐정을 만나게 되면서 그 캐릭터에 관심이 가고 자주 보는 만큼 정이 들기도 한다. 탐정이라고 해서 포와로나 홈즈 같은 그런 천재성이 있는 탐정이 아니다. 단지 이름이 그리고 직업이 탐정일 뿐 전혀 뛰어나지 않다. 아니 오히려 허술한 부분이 더 많아서 이 사람이 진짜 탐정이 맞는지 의심이 갈때가 더 많은 그런 캐릭터이다. 이 캐릭터는 내내 어리바리함을 유지하다가 막판에 실력을 발휘한다. 경찰도 아직 감을 잡지 못하고 어영부영하고 있을때 정리해 주는 그런 역활을 담당한다. 만약 탐정의 캐릭터에 완벽함에 딱 떨어지는 그런 캐릭터였다면 아마도 도쿠야 만의 특유의 넉살좋은 재미있는 추리소설은 등장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이야기의 시작은 간단하다. 어느날 동생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자신이 어떤 여자를 죽였다는 것이다. 동생은 변호사를 준비하는 예비법조인. 동생의 장래를 위해 하나뿐인 언니는 시체를 치우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시체는 만만치가 않고 아무리 작은 여자라 해도 혼자서 치우기는 어려울 터. 우연히 마주친 한 남자와 함께 시체 치우기에 돌입을 하게 된다. 한 남자는 무슨 이유로 언니와 함께 동행을 하게 된 것일까. 적어도 시체유기는 큰 범죄에 속하는데 같이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또한 애시당초 처음에 동생은 무슨 이유로 그 여자를 죽였던 것일까. 전혀 자신과는 상관없는 여자를 왜 죽이게 된 것일까.
시체 처리에 한숨 돌리려는 순간 다른 죽음이 일어난다. 총 세명의 죽음이 연달아서 일어나게 되는데 그 모든 사건은 다 연관성이 있다. 아마도 그 연관성을 알아내면 범인을 찾는데도 일조할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범인은 가까운 곳에 있다. 이 일이 일어나는 모든 기점이 되는 그곳. 그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 중 한명이 범인이다. 도쿠야의 다음 작품은 어떤 제목으로 나올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