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가 필요해
연애소설, 로맨스소설.. 자고로 봄에는 조금은 더 달달한 소설을 읽어줘야 해 하면서 필수적으로 의무적으로 읽으려고 했던 책이었다. 언제나 장르소설 그것도 누군가 연쇄적으로 죽고 사건이 일어나고 도망치고 쫓기는 책들을 주로 읽는 나에게 로맨스소설이란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자 메말라진 내 감정을 다스리는 시간이기도 했다. 잘 안 읽는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유명해진 책들은 다 읽어본 것 같다. 신경숙의 깊은 슬픔을 읽으면서 세와 완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여주인공의 인생이 조금은 부러웠고 에쿠니 가오리의 냉정과 열정사이를 읽고 나서는 영화를 찾아볼만큼 빠져들었고 언젠가 내 꼭 기필코 로마에 가서 두오모 성당을 보고 오리라 하는 생각도 들었다.
공중파에서 하는 드라마도 챙겨 보지 않는 내가 케이블이라고 다르겠냐마는 같은 제목의 드라마가 화제가 된 것은 알고 있다. 그들의 연기 하나하나가 멋졌다는 평가도 있었고 사실적이라는 평도 들은 적 있었던 것 같다. 여자주인공은 잘 모르겠고 남자주인공인 이진욱이라는 배우가 이 캐릭터에 잘 어울릴까 하는 의문도 들었지만 그건 아마도 직접 드라마를 보고 평가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두명의 주인공이 있다. 열매와 석현. 글을 쓰는 석현과 음악을 만드는 열매. 직업상으로 이렇게 어울리는 한쌍을 찾아볼수 있을까. 한살차이인 그들은 연인이라 하기 이전에 오빠와 동생이었고 또 같은 집을 나눠쓰는 이웃이었고 친구였다. 10년이 넘게 끌어오고 있는 연애. 과연 그들을 연애라고 할수 있을까? 불같은 성격의 열매와 언제나 냉정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석현. 그들은 그런 성격 탓에 헤어졌다 만났다를 수십번이라고 하기에는 과장된 표현이지만 정확히 여섯번 헤어지고 내가 이 책을 읽는 동안 또 한번 헤어졌다.
오랜 시간 연애를 해본 경험도 없고 내 주위에 그렇게 오랜동안 연애하고 결혼한 커플이 없는 터라 이 커플이 과연 결혼이라는 종지부를 찍을수 있을까가 내내 고민이었다. 물론 연애의 종결이 항상 결혼은 아니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서로를 알고 맞춰 온 커플이 각기 헤어져 남이 되어 다른 사람과 결혼해서 사는 것도 어딘가 이치에 잘 맞지 않는 일일 것이다. 열매는 결혼을 하고 싶어하고 아이를 낳아보고 싶어하고 그걸 알지만 석현은 그런 제도가 싫다며 거부를 한다. 정말 그의 마음속에는 그러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일까. 그 의문은 아주 오랜 후에야 풀렸다.
어렸을때 석현의 동생 기현과 같이 소풍 갔던 날. 그 날 이후로 열매는 그녀를 보지 못했다. 석현의 가족에 얽힌 비밀은 무엇일까. 또한 그 비밀이 무엇이길래 석현은 열매와의 결혼을 반대하며 그렇다고 열매를 놓아주지도 못하는 그런 사랑을 하는 걸까. 너무나도 서로를 잘 아는 그들의 주위에 각기 다른 사람이 나타난다. 카페 사장인 지훈과 보조작가인 나현. 나현은 석현을 좋아하지만 열매를 사랑하는 그에게는 나현이 보일리가 없다.
그러나 열매는 자신을 이해해 주지 못하는 석현에 질리고 자신에게 잘해주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지훈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며 새로운 연애를 시작한다. 정말 그녀에게는 로맨스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저 팍팍한 현실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누군가가 필요했던 것인데 그것을 석현보다는 지훈이 더 알아줬던 것이다. 따뜻함, 이해, 보살핌. 그것이 열매가 석현에게서 받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물론 석현도 그 모든 것을 아니 그보다 더 많은 것을 해주고 있었지만 자신이 그 이상을 해줄수 없다는 선을 그어 놓고 애써 열매를 밀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모든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니 알지 못하는 열매는 그저 그가 야속하고 그와의 연애가 힘들뿐. 지훈과 연애를 시작해서 그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면 이 책이 조금더 달달했을까.
기현의 죽음으로 현실을 깨닫고 석현의 처지를 이해한 열매는 결국 다시 석현에게 돌아온다. 나같으면 내가 열매였다면 다시 돌아왔을까. 아니 안 돌아왔을 것 같다. 나를 이해해주고 나를 믿어주는 지훈에게서 떠날수 없을듯 하다. 열매니까 그녀니까 가능한 이야기. 힘들면서도 싸우면서도 그가 아니면 안 될것 같기에 돌아왔겠지. 연애.. 어렵다... 석현과 열매의 시점에서 같은 일을 이렇게 저렇게 각기 설명하는 이 책을 읽고 났더니 달달함은 커녕 연애의 현주소가 드러나는 듯 해 오히려 버겁다. 현실을 잊을 로맨스가 필요하다. 정말...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제목만 보고서는 도저히 감을 잡을수가 없는 책이었다. 오죽하면 아빠는 제목만 보고서는 실버라는 단어에 꽂혀서 노인들을 위한 책이냐고도 물으셨다. 제목의 실버라이닝은 구름이 해를 가려서 구름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뜻한다. 즉 어려운 시간에도 한줄기의 빛은 있다는 그런 상태를 의미하는 말이랄까. 책에 둘린 띠지로 보아서는 이 책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사랑에 맛간 남자와 사랑에 훅 간 여자. 영화포스터에 붙여져 있는 코멘트들이고 이런 문장들로 보아서 틀림없이 연애소설이라는 판단하에 이 책을 읽기전 읽었던 '로맨스가 필요해'와 같은 유형의 책을 것이라고 판단을 하며 읽기 시작했다.
첫 이야기부터 엄마가 와서 주인공을 정신병원에서 퇴원시키는 내용이 나온다. 달달한 로맨스를 기대했다면 그 기대가 와장창 깨어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오랜동안 정신병원에서 살다가 집으로 돌아온 그는 하루 일과가 온조일 운동하는데 촛점이 맞춰져 있다. 그것을 위해서 엄마가 지하실에 온갖 종류의 운동기구들을 사다 놓으셨고 자신의 계획에 맞추어 열심히 운동하고 나중에 마무리로 쓰레기 봉투를 뒤집어 쓰고 동네를 달린다. 정말 딱 정신이 조금 온전치 못하는 사람이 하는 일 아닌가.
이게 무슨 사랑에 맛이 간 남자란 말인가 할때쯤 그가 목표로 하는 것은 딱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 때문에 집을 나간 자신이 사랑하는 아내가 돌아오는 것. 그는 단지 그것을 목표로 해서 언젠가 그녀가 돌아올 것이라 믿고 자신의 건강을 돌보는데 최선을 다한다. 오랜동안 병원에 있던 그는 자신이 얼마동안 오래 그곳에 있었는지도 알지 못한다. 단지 2년쯤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그보다 오래 있었고 그만큼 빨리 바뀌어 버린 세상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다. 엄마는 그런 아들을 언제나 감싸주지만 그녀의 이야기만 하면 답을 하지 않는다. 돌아보니 그녀와 자신과의 결혼사진도 없어졌다. 대체 자신이 병원에 있는 틈에 무슨 일이 생긴걸까.
아들을 정신 나간 녀석으로 취급하고 그가 살고 있는 곳에 한번도 내려와 보지 않던 아버지. 그리고 자신이 입원해 있는 동안 볼수 없었던 동생. 그 셋의 관계는 그들이 즐겨보는 미식축구를 보면서 서서히 그 틈이 메워진다. 자신들이 응원하는 팀의 옷을 입고 응원가를 부르며 구호를 외치며 원래 있던 자리를 찾아간다. 물론 그것은 팀이 이길때만 가능한 것이지만. 팀이 졌던 어느날 아버지는 홧김에 텔리비젼을 부셨다. 그런 성격을 볼때 주인공이 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는가를 생각해본다면 아버지의 성격을 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그 또한 홧김에 그런 일을 저지른 것이고 그로 인해 정신병원에 입원을 하게 된 것인데 그 상황에서 화가 나지 않는다면 그것도 이상한 일일 것 같다. 마지막에 결국 그가 그렇게도 사랑하고 기다리던 그의 부인은 다시 그에게로 돌아올까?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네 집에도 초대받는 그는 그 자리에서 친구의 처형을 만나게 된다. 일부러 초대를 해서 둘을 소개시켜 주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 또한 온전한 사회생활을 하는 편은 못 된다. 이 여자가 바로 사랑에 훅 간 여자이리라. 대체 그녀는 어떤 사랑을 했기에 사랑 때문에 힘들어 하고 정신과 의사를 만나며 한때는 힘든 방황을 했던 것일까.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사소한 일로도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서 상담을 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그만큼 대중화 되어 있는 것이고 사람들의 편견도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한국처럼 그리 심하지는 않은 듯 하다. 상담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결국 사회가 어렵고 힘들다는 이야기도 될것 같다. 한국은 그 정도는 아니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들어 부쩍 화를 참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그 화로 인해서 생겨나는 범죄들도 늘고 있다.
한국 사람들도 우리도 상담사가 필요하고 찾아가야 하고 대중화가 될 시점에 이르렀나보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참 힘들다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가끔 텔레비젼에 나오는 산속으로 들어가서 아무 생각없이 사는 사람들이 왜 그랬는지 이해도 되는 것 같다. 그냥 볼때는 저 사람들은 왜 저런 동물과도 같은 생활을 할까 하고 생각했었는데 그들이 정신줄을 잡고 있으려면 그런 선택을 할수 없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는 바였다.
러브멘탈.. 사랑에 힘들어 하는 한 여자와 한 남자. 그들은 서로 각기 원래의 사랑을 찾아 떠날까 아니면 새로운 사랑에 눈을 뜰까. 달달한 로맨스라기보다는 정신적으로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책이었다. 원래 책을 읽게 되면 영화는 궁금해하지 않았는데 이 책은 영화로 어떻게 만들어 졌을지가 더 궁금해지는 그런 책이다.
게임
게임...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사실 여자들은 게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라는 말도 있긴 한데 비교적으로 그럴 뿐이지 여자들도 게임 좋아하는 사람 찾아보면 많다. 일단 나만 하더라도 남자들이 좋아하는 롤플레잉 게임을 하지 않을 뿐이지 즐겨 하는 게임은 있다. 한국말로 하면 숨은 그림 찾기 정도 되려나 그걸 영어로는 히든게임이라고 부르는데 단순한 히든 게임보다는 요즘은 어드벤쳐와 합해서 다양한 퓨전 형태의 게임이 나오고 있다. 한번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긴 하지만 일상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아뭏든 나조차도 그런데 하물며 어린 아이들은 더한게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에서는 말 그대로 게임의 가상현실과 실제로 현실의 세계가 섞여 있다. 자신은 게임이라고 여기면서 실제 생활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범죄라는게 법으로 금지되어 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다면 사실 사람에게 지극히 최고의 멋진 쾌감을 준다. 그것 때문에 사이코패스가 생기기도 하는 것이리라. 본문속에서는 여러 영화를 언급하기도 하고 짐 캐리가 나왔던 영화를 예로 들어주기도 한다. 전부 가상 현식속의 공간이지만 본인만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
또한 음모론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 새상속의 모든 일들은 게임속의 누군가가 일을 하는 것이라고. 그들이 미션을 받아서 수행하는 것이고 그것이 드러나지 못하고 묻혀지기 때문에 누가 했는지 알지 못하고 범인을 잡지도 못한다는 것. 즉 이 세상의 모든 일들이 게임속의 누군가에 의해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그 말이 맞을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든다. 실례로 어제 방송국과 은행이 해커들에 의해서 공격을 당했다고 한다. 책의 내용에 따르자면 그것도 게임속의 누군가 전문가가 미션을 받아서 행해진 일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그 사람은 미션을 클리어 했고 돈을 받고 랭킹이 올라갔겠지. 가능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점점 픽션과 넌픽션의 구분이 없어지고 있다. 소설속에서만 가능했던 잔인한 일들은 실제로도 저질러 지고 있고 남의 나라 이야기인줄만 알았던 토막살인이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하고 가족간의 범죄도 미친듯이 자주 일어나고 근친상간은 말할것도 없고 연쇄살인도 일어날 판이다. 순수했던 정말 순수했던 모든 사람들이 서로 평화로웠던 그 시절에 되돌아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으나 아주 먼 옛날 태고적에도 사람들은 살기 위해서 먹어야 했고 동물 하나를 두고 싸워야 했을 것이다.
본문의 이야기는 아주 단순한 곳에서 시작된다. 일에 늦은 주인공은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휴대폰 하나는 습득한다. 최신 제품이라 마음에 들었던 그는 그것을 어떻게 할까 생각하는데 문자가 뜬다. 게임에 참여하시겠습까? 계속 거절을 해보지만 나중에는 자신의 이름까지 언급하며 게임을 할 거냐고 하는데 자신의 친한 친구의 장난이라 여긴 그는 친구를 놀려줄 목적으로 게임에 참여하기 버튼을 누르게 된다.
지하철에서 타는 사람의 우산을 뺐는 것으로 시작되었던 게임은 랭킹이 올라가고 사람들이 자신의 미션 동영상을 보면서 덧글을 달고 인기가 있어지고 돈이 모이고 하니 점점 재미가 붙는다. 물론 그에 따는 미션도 어려워지고 복잡해지고 위험부담도 커진다. 128번이라고 주어진 그의 이름. 표지에도 그 번호가 적힌 남자가 눈을 한쪽으로 치켜뜨고 있다. 128번은 계속 게임을 할수 있을까? 현실 속에서 보는 게임은 어떤 미션들이 있을까. 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도 게임은 계속 되고 있을까. 누군가가 미션을 받아서 하는 게임이라고 보기에는 실제 상황이 너무나도 삭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