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물려 주고 싶은 책
어렸을때 우리집은 책이 참 많은 집이었어요. 유행하던 50권짜리 전집은 물론 있었고 그외에도 생일때는 항상 책을 받았고 17권으로 구성되어 있는 세계의 모든 귀신들이 나오는 이야기 전집도 생일선물로 엄마가 사 주었었죠. 모든 책들은 저희가 크면 이모네집으로 옮겨지곤 해서 나중에 그 책을 찾을수가 없어서 안타까웠답니다. 그러다 몇년전 이모네집엘 갔는데 아 글쎄 위에서 말한 17권짜리 전집이 있는거에요. 그런데 1권을 살포시 빼든 순간 거기 앞표지에 엄마가 생일축하한다고 써 놓은게 보이는게 아니겠어요? 다른 책을 다 가져올수는 없고 그 1권은 당연히 가지고 와서 고이 보관해 두었죠. 아이들이 없어서 물려줄수는 없지만 제가 죽을때까지 보관하고 있을거랍니다. 그 책은 너무 오래되어서 데이터에서 찾을수가 없고 대신 선택한 책이 이책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입니다.
누구나 다 아는 줄거리. 한때 안 읽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읽게 되는 그런 마법같은 책입니다. 사실 씨엔님과 마찬가지로 어린왕자를 무척 좋아하긴 하는데요 그래서 여러가지 버전의 어린왕자를 읽었죠. 번역본도 원본도(그래봐야 원작은 프랑스어라서 영어로 번역된거) 그리고 다른 시인이 쓴 어린왕자를 소재로 해서 쓴 책 까지. 이미 어린왕자를 잘 소개해 주셔서 저는 제제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엄마말 정말 안 듣지만 그래도 나름 철이 든 제제. 그렇지만 그 또래 아이들과 별다를바 없는 삶을 살죠. 차 뒤에 매달려서 날아가보기도 하고. 그러다가 우연히 자신만의 나무를 만나게 되고 자신의 나무라 명명하기까지 합니다. 이 책을 보고 나서 저도 내 나무가 있었음 좋겠다하고 생각을 하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일층인 저희집 앞에 뽕나무가 두그루 서 있는군요. 여름에는 잎이 정말 무성했는데 지금은 가지만 남아 있긴 하지만요. 그리고 수목장이 유행이라고 하던데 저도 그런 걸 생각해 볼까봐요. 동생이 먼저 떠나고 강에다 보내주어서 그 강이 어디있는지도 지금은 찾기가 어려운데 그때 수목장을 했더라면 나무를 붙들고 이런저런 동생에게 얘기도 할수 있었을텐데 갑자기 떠난 상황이라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해서 지금 돌이켜보면 참 아쉽긴 해요.
지금 세대를 살고 있는 아이들은 사춘기가 빨리 온대요. 우리때는 중학생이나 되어야 했었는데 지금은 초등학생들도 전부 사춘기라도 반항하고 그러더군요. 그런 아이들에게 이 책을 슬그머니 내밀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아직은 초등학교 1학년인 조카도 사춘기가 올때가 있겠죠. 그녀석에게 나중에 이 책을 사다 줄까 생각해봅니다. 분명 우리집에도 여러권이 있는데 물려주기에는 저도 봐야겠어서 말이죠. 그리고 엄마책들속에 묻혀서 어디 있는지 찾기도 어려울 것 같아요. 오늘은 왠지 제제가 그립군요.
지금까지 알고있던 내 모습이 모두 가짜라면
사실 내가 이런 인문학책을 그리 많이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장르소설만을 꾸준히 읽어오는 내게 그래서 이런 책을 약간의 도전정신으로 읽어야 하기도 한다. 한가지 더하자면 자기계발서 같은 종류의 책도 마찬가지이다. 다들 자기 잘났다고 이러한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통에 나도 그런 생각은 할수 있다고를 외치며 멀리 하곤 한다. 단지 글로 표현을 못하는 것이지 나도 그런 생각은 할수 있다면서 잘난척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것은 이 책을 추천한 표창원 교수님의 글이었다. 사실 이 교수님의 책 너무 좋아한다. 스릴러나 미스터리나 추리나 모두 범죄와 연관이 되어 있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그러다보니 현실 세계에서도 적잖이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신문이나 스릴러 소설이나 별다를 바가 없다고 느끼고 있는 내 자신을 보면서 그 모든 분야의 대가인 표창원 교수님에 관심이 갔던 것이다. 책 속의 사람들이야 그렇다치고 현실의 사람들은 대체 왜 그리 섬뜩한 일들을 저지르는 것이냐 말이다. 궁금해졌던 것이다. 그래서 여러 책들을 읽어봤지만 대부분이 사건 이후에 어떤 일을 했다라는 것 뿐 그들의 정신세계에 대해서 뚜렷이 말해주는 책은 찾지 못했다.
그러던 찰나 이 책 제목부터 끌린다. 내가 가짜라면. 즉 내가 알고 있던 내가 그 내가 아니라는 것인데 오묘하다. 그럼 나.. 즉 자아는 어디에 있다는 말일까. 흉흉한 범죄가 성행을 하면서 언제인가부터 사이코패스라는 용어가 등장을 했다.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지던 단어가 이제는 일상적으로 쓰고 있는 듯 하다. 사이코 패스. 그냥 쉽게 말하면 제정신 아닌 사람들을 통칭하는 말일수도 있겠다.
이에 반대되는 개념이 소시오패스라는 것인데 요즘은 이런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냥 일반적으로 사람들하고 어울리고 이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던 사람이 한순간에 돌변해서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것인데 예전에는 사이코패스가 많았다면 요즘은 소시오패스가 훨씬 더 많은 듯 하다. 그럼 그 사람들은 대체 왜 그런 일을 행하게 되는 것일까. 그냥 한순감에 기분이 나빠져서? 이 모든 것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뇌에 달려있다 해도 될 것 같다. 사람의 생각을 좌지우지 하는 것은 그가 가지고 있는 뇌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한마디로 풀어보자면 뇌에 관한 책이다. 그 사람의 뇌와 신경자극에 관한 이야기. 그게 이 책의 본질이라 할수 있겠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어려운 용어들이 괘 많이 등장을 하고 또 기존에 있던 이야기들을 예로 들고 있어서 그 이야기들의 출처를 뒤쪽에 첨부로 포함하고 있다. 굳이 그것을 보지 않아도 책을 읽어서 내용을 이해하는데 크게 불편함은 없다. 나의 자아를 찾는 문제에서 부터 시작해서 자유의지라는 것을 이해하고 그리고 마지막에는 지금 가장 큰 현대의 문제점 웹상에서의 문제점을 다루면서 이야기를 끝내고 있다. 어려운 문제를 여러 예시를 통하여서 쉽게 풀어나가려고 한 점은 인정해 줄 만하다.
그렇지만 그냥 한번 훅 읽어보고 지나치기에는 어려운 책이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곱씹어 가면서 읽고 다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표지에는 한 사람 옆으로 여러가지 그림과 공식들이 난무하다. 처음 읽을때는 내 머리속이 정말 저렇게 되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하나하나 생각을 거듭해 가면서 읽는다면 충분히 머리속에 남을 만한 내용들이다. 단조로움에 치우친 머리에게도 생각할 시간을 줄수 있는 기회다.
자물쇠가 잠긴 방
요즘에는 장르소설에서 여러분야의 이야기들이 섞여서 딱히 한 장르로 규정하기 어려운 책들이 많지만 예전의 추리소설들은 주로 사건이 일어나고 누가 범인이가를 찾는데 촛점이 맞춰진 케이스가 많은 편이었다. 그중에서도 아무도 나갈수도 들어갈수도 없는 밀실형태의 구조에서 일어난 사건들은 추리소설중에서도 가장 흥미있는 경우가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여러 추리소설에서 배경을 바꿔가면 아직도 즐겨 쓰이고 있는 소재거리이다.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소설에서도 [밀실을 향해 쏴라]를 보면 전형적인 밀실사건이 일어난다. 자연적으로 구성이 되어진 동굴속에서의 살인사건. 길은 단 하나. 또한 [별내리는 산장의 살인]이라는 책에서도 보면 눈내린 밤에 길이 막힌 산장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여기서는 발자국이 하나. [키리고에저택살인사건]이라는 책에서도 보면 눈내려서 고립된 별장에서 연쇄적인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범인은 그 곳에 있는 사람들 중에 하나.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아마도 크리스티의 여사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도 딱 밀실이라 하기에는 조금 어중간하긴 하지만 무인도에서 고립된 사람들의 연쇄살인이 등장한다. 넓게 보면 밀실의 개념에 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만큼 다양한 배경에서 다양한 버전으로 사용할수 있기 때문에 등장하는게 밀실이라 할수 있겠는데 이 책에서는 네편의 단편을 통해서 각기 다른 밀실 사건을 보여준다. 밀실사건만 모아 놓은 책이라 오히려 조금 지루하지 않을까하는 선입견도 있었는데 첫번째 이야기를 읽으면서 오히려 모아 놓은 이야기의 장점을 확 살려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바뀌게 되었다.
변호사와 방범컨설턴트라고 명명되어진 둘의 콤비는 다른 책에서의 콤비와 비교한다면 사뭇 이질감을 주지만 그 느낌을 잠시 어느새 쿵짝이 잘 맞는 그들 둘을 볼때 새로운 명콤비의 탄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변호사이지만 그 외 분야에서는 그렇게 뛰어나지 못하는 그녀의 생각과 아마도 '그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컨설턴트. 밀실에 관한한 그를 따라올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이 보인다. 찬찬이 그리고 꾸준히 끈질기게 그는 밀실을 깨뜨리기 위해 노력한다.
범인은 왜 밀실을 만들려는 것일까. 굳이 밀실을 만드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왜 일까. 그것은 단 하나. 자신에게로 쏟아지는 용의자의 확률을 줄이기 위해서이다. 그냥 두고 나오면 분명 자신에게 쏠릴 관심을 피하기 위해서 자신의 알리바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밀실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범인을 찾기는 다른 사건보다 쉽지만 오히려 밀실을 깨뜨리는 것은 더 어려운 문제가 아닐수 없다.
첫번째 이야기는 범죄드라마를 많이 보아서 시체의 특징을 안다면 금세 풀어질수 있는 그런 밀실이었다. 그리고 자물쇠가 잠긴방이라는 책의 제목과 같은 제목을 가진 이야기에서는 약간은 물리학적인 생각을 가져야만 풀릴 수 있는 이야기였다. 범인에 따라서 달라지는 밀실의 경우가 너무나도 다양해서 이야기는 무궁무진할듯 한 생각이 든다. 이 작가가 또다른 밀실이야기를 쓴다면 또 찾아 읽을수도 있겠다.
작가는 단서가 작품 안에 공평하게 제시되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나는 아무리 봐도 공평하게 제시된 단서를 찾지 못했다. 아직 내공이 부족한가 보다. 참고로 이 책에서는 각각의 이야기마다 단서제공및 이해를 꾀하기 위해서 그림을 제시하고 있다. 그림을 자세히 본다면 내가 놓친 단서들을 찾을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밀실이 깨어지면 그것으로 이야기가 끝난다. 뒤에 범인이 어떻게 되었다거나 하는 자질구레한 뒷이야기는 없다. 그것이 오히려 밀실사건이라는 초점을 맞추어 명확히 해주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느낌을 주어서 읽는 즐거움을 주고 있다.